자신감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이었다. 나란 녀석은.
낯을 가리기도 했고, 먼저 말을 붙이는 성격도 아닌지라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 즈음으로 통하는 녀석이었다.
활짝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너에겐 하염없이 마음을 열어버리는 그런 바보였다.
낯설고 생소하기만 한 곳.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생전 처음 보는 장소.
반갑다고 내미는 손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악수를 청한 손에 내 손을 어떻게 포개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내게,
민망하게 이러기냐며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베베꼬던 모습은, 네 미소만큼은,
죽기 전에 과연 잊을 수 있을지가 괜시리 걱정스러울 만큼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버렸다.
우연히 옆에 앉게 되어, 아니 조금은 내 의도가 섞여 옆에 앉아보니 이런저런 말도 섞을 수 있게 된 것으로,
그저, 옆에 있다는 것 하나로 1분이 1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 숨이 막혀왔다.
이 시간이 그대로 멈추어줬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꼭 이럴 때만 너무 빨리 지나간다며 푸념하게 하고 있었다.
환한 미소만큼이나 건강하고 밝기만 할 줄 알았던 네가 제법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겁도 없이. 주제넘게도 나라면 다 이해하며 받아줄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신이라는 존재가 실존한다면, 분명히 도와주신거라 믿었다.
집앞까지 모셔다 드리라는 눈웃음인자한 팀장님의 이야기에, 종일 굳었던 얼굴에 퍼지는 미소를 참으려 얼마나 애썼던지.
한강을 옆으로 너무나 빨리 달리는 택시기사가 죽도록 미웠지만, 차마 입 밖으로 천천히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못 한채,
마치 난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서, 네 상처 다 안아줄 수 있으니 내게 기대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마음속으로만 보내며,
기적을 기대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널 업었다. 일부러 천천히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집 앞에서 널 기다리던 네살박이 꼬마아이와 할머니.
머릿속으로는 저 아이라면 내가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라는 김칫국마시는 질문들을 머릿속에 던지며,
널 내려주고 되돌아 걸어올 때,
'내일 뵙겠습니다. 들어가세요'라는 어색한 인삿말을 던질 때.
난 이미 널 마음 속에 내 사람으로 아로새겨버렸다.
취한 척, 애써 비틀거렸었을거야.
왜 그랬을까. 그냥 갸냘픈 여자로 보이고 싶기라도 했던건지..
미치도록 닮았어. 그 사람도 심하게 낯을 가렸었는데. 꼭 오빠가 나한테 돌아온 거 같았거든.
수줍게 웃는 얼굴. 만지느라 애쓴티는 나지만, 촌스러운 머릿칼하며.
어벙해 보이는 검은색 뿔테안경까지.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느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별의 별 얘기를 다 해버린거지.
솔직히 많이 후회했어.
그래도 초면이었으니까.
어디서나 독하고 멋진 여자로 보이고 싶었지.
비련의 여주인공. 그것도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여주인공 따위는 싫었으니까.
좋아서 웃는건지, 마지못해 웃는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멋쩍은 듯 웃는 수줍은 미소가 딱히 싫지는 않았어.
굳이 업을 필요 없었는데, 업겠다니까.
까짓거 업혀주기로 했지.
오늘따라 스커트가 짧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취기가 오르게 마신 듯 해서 나도 모르게 편하게 기댔어.
넓은 등. 천천히 느껴지는 체온. 나쁘지 않았거든.
엄마하고 진호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땐,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려달라고 하곤, 이제 됐다고 들어가라고 하면서도,
너무 차갑게 얘기한 것 같아 마음 쓰이긴 했는데.
알잖아. 나 그때 사실 굉장히 당황했었던거란거
- 이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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